■ 어머니의 옥양목 패션 - 시인 이정록

[샘문뉴스]= 베스트셀러 작가 이정록 시인 초대석 - "아가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 먹어라 물도 마시거라 애구 내 새끼"

김성기 기자 | 기사입력 2022/06/13 [04:11]

■ 어머니의 옥양목 패션 - 시인 이정록

[샘문뉴스]= 베스트셀러 작가 이정록 시인 초대석 - "아가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 먹어라 물도 마시거라 애구 내 새끼"

김성기 기자 | 입력 : 2022/06/13 [04:11]

  © 이정록

 

       [샘문뉴스]

 

Ⅰ베스트셀러 시인 초대석Ⅰ

 

   어머니 옥양목 패션

 

               이정록

 

밤이 깊도록 어머니를 기다린다
새벽녘 반달이 대나무밭을 넘는데
지나가는 소나기가 도리깨질하듯
대나무를 투닥인다

 

비바람에 요란 떠는 사립문을 열고
옥양목 치마저고리
흠뻑 젖어 들어서시는 어머니가
머리에서 대바구니 석작을 내려놓으신다

 

석작 덮개를 여시는데
옥양목 보자기가
호롱불에 반사되어 하앟게 빛난다
보자기를 걷어내니
강정과 약과 호박떡과 백설기와
각종 전들이 옥양목 보자기로
스며든 빗물에 젖어 있다

 

이마에 흐르는 빗물을 훔치시더니
품속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시는데
유난히 큰 옥양목 손수건 속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고기 산적이
따뜻한 어머니 품속에서 데워져서
물꽃이 뭉실뭉실 피어오른다

 

옆동네 초상집에 일손 도우러 가셨다가
어린 자식 새끼 주려고
주인댁 큰 며느리한테 통사정하여
큼직한 산적 두 개를 품에 넣어 오셔서
기다리다 잠든 자식을 깨워서
제비새끼 같은 자식 입에 찢어 넣어주신다

 

"아가 체하지 않게 꼭꼭 씹어 먹어라
물도 마시거라 애구 내 새끼"

 

어머니 옥양목 손수건은 유난히도 크셨다
보통 손수건 두 배는 되셨다
쌀풀을 먹인 빳빳한 손수건을
어머니는 자신 것 하나
아버지 것 하나
자식들 것 하나씩
숯다리미로 다려서 예쁘게 접어주셨다

 

돌아오는 어머니 기일에는
어머니도 좋아하시는
정작 당신은 못 먹어본 소고기 산적을
다리미로 잘 다린
백옥처럼 빛나는 옥양목 손수건에 싸서
어머니 품에 넣어드려야겠다
자식들 보려 오셨다 가시는 고단한 길
쉬엄쉬엄 가시면서 드시게

 

"어머니 체하시니 꼭꼭 씹어드세요
가시다가 목이 마르시면 청산낙수 드시면서
쉬엄쉬엄 쉬었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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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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