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EM NEWS》
프로필
박승문
아호: 다원
경남 거제시 거주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졸업
대한항공 근무 (전)
삼성중공업 재직중
샘터문학상 신인상 수상 (시,등단)
샘터문학상 신인상 수상 (수필,등단)
(사) 샘터문학 기획과장
(사) 샘터문인협회 회원
샘터문학신문 (샘터뉴스) 기자
사계속시와사진이야기그룹 회원
한국문인그룹 회원
송설문학 회원
백제문단 회원
<공저>
아리아, 자작나무 숲 시가 흐르다
사립문에 걸친 달 그림자
시詩, 별을 보며 점을 치다
우리집 어처구니는 시인
고장난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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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바다로 간 달팽이
박승문
새벽녘에는 숲으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빗방울은 나뭇잎을 적시고 꽃잎에 물뿌리개가 되어주듯 입술이 마른 풀잎에게 생기가 돌게끔 작은 정성을 쏟았다. 동살이 들어오니, 빗방울은 빛의 반영에 무지개가 되어 숲마다 등불을 밝혔다.
어둠의 기운은 사라지고 세상은 환한 숨소리가 들렸다. 숲에서는 삶이 기지개를 폈다. 바람자락에 하품을 하고 빗방울에 세안을 하니 얼굴색은 뽀얀 녹색이었고 달팽이는 밝은 표정으로 아침인사를 나누었다.
“풀잎아, 안녕. 잘 잤어? 산새들아, 반가워.”
“달팽이도 잘 잤어? 아침부터 어딜 가는거야?”
“바다를 보려가는 중이야.”
달팽이의 인사치레로 아침은 각자의 삶에서 몫을 얻기 위한 분주함은 밝았다. 만개한 꽃잎의 향기에 취하고, 산새들의 풍금소리에 반하고, 햇살에 눈이 부셔 입가로 미소가 번지고, 옷깃을 여미는 바람에 생동감이 있는 숲은 마음을 열었다. 풀잎위에 걸터앉은 달팽이는 동살너머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궁금증에 사로잡혔다. 숲의 안일에서 벗어나 바다로 가고픈 꿈을 꾸었다. 달팽이는 울타리에 갇힌 번뇌를 틀고 미지의 세계로 길을 나섰다. 빗방울을 맞은 물기를 닦으며, 한걸음씩 내딛는 마음에는 도전정신이 감돌았다. 어제의 기억이 분명함을 알아버린 듯 오늘의 길을 가고 있음이 내일을 준비하는 길임을 달팽이는 알고 있었다. 바다로 내딛는 발자국마다 기억은 사색을 하였다. 쉼하는 길에서는 고독을 안았다.
‘삶은 무엇인가!’ 하며 희망에 대한 고독과 독백을 반복하며 마음을 다졌다.
달팽이는 갈증에 이슬을 먹고, 배고픔에 풀잎으로 배를 채웠다. 반나절의 발걸음이
몇 미터도 되지 않았지만, 달팽이는 스스로의 걸음에 만족할 뿐이었다. 만물이 수백수천 가지를 내어놓는 기억에서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면 스치는 것들과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달팽이는 알았다. 꿈을 향한 발걸음에 헛된 망상은 버리고 고진감래라 했듯이 천천히 가는 방향에 자신감을 주고 싶을 뿐이다. 산세가 노후의 삶을 생각하고 자신만의 경관에 묻혀 살아가기를 갈망할 뿐이다. 달팽이는 등에 얹힌 집을 내려놓고 싶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유를 만끽하고 해가 떨어지면 집으로 들어가는 누구도 고민할 여지가 없는 것을 달팽이는 고민하고 있었는지를 모른다.
달팽이의 행보에 어스름이 눈빛을 가렸다. 숯검정이 녹색의 숲에 그물을 쳤다. 울타리에 갇힌 기분 탓으로 조금은 당황했다. 검은 그림자 속으로 바람은 낯설게 불었고 낮의 온기는 바닥을 뒹굴었다. 풀 섶에 집을 내려놓으니, 풀잎들이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었다. 개울에서 땀방울을 씻고 납작한 돌멩이가 식탁이 될 때, 종류별로 풀잎을 따서 저녁만찬을 준비하였다. 만찬은 여정의 피로를 풀어주기에는 충분했다. 저녁만찬에 끼어든 개미는 기웃해도 간섭은 없었고, 지렁이 삼 형제가 짧은 보폭으로 꿈틀거리며 재를 넘었다. 눈에 불을 켜지 않아도 달과 별이 풀잎 사이로 비출 때는 불야성이 된 틈으로 술을 마시고 싶었다.
술의 향기로 불야성에 영혼을 불태우고 싶었다. 텃새가 노래방을 개업했는지 노래가 바람에 얹혔다. 귓가로 울리는 노래자락이 마이크를 뺏고, 몸치의 행동은 웨이브에 디스코는 더듬이를 밟았다. 먼발치에서 소식을 들은 귀뚜라미가 목청을 가다듬고, 밤새워 가성과 미성을 오가며 외로운 마음을 안아주었다.
달팽이는 행복했고 자신의 눈동자로 들인 별들이 은하수에 내려 무한한 빛의 세상으로 인도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빛의 향연이 풀잎위에 쏟아지는 것처럼 눈동자는 맑음이었다. 자연의 조화에 심취한 달팽이에게 별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달팽이야, 너는 무엇을 위해 길을 떠났니?
외롭지는 않아?”
“별아, 너는 왜 밤마다 빛을 내는 거야?
무엇 때문에?”
“나는 빛을 발하는 별이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나의 삶에 대한 갈망 때문에 떠난 거야.”
달팽이는 별과 소통을 하였다. 별이 걱정하는 이유에서 별과 인연을 맺은 달팽이는 가식이 없는 별의 진정성을 읽을 때, 별은 새벽까지 길동무가 되어주었다.
바다로 향하는 달팽이의 발걸음은 개울을 넘어 땀방울을 씻고, 언덕을 넘어 산을 스치며 휴식을 취하고, 들판을 지나 강가를 흩치며 밤을 지새우면서 도전은 끝을 모를 정도로 긴 여정을 하였다. 지친 내색은 없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길을 걸어갈 뿐이다. 달팽이는 여정에서 만났던 수많은 인연의 끈인 햇살, 바람, 구름, 별, 꽃, 풀잎, 빗방울, 산새, 강물…등이 마음을 안아주었기 때문에 외롭지는 않았다.
인연에는 연락처가 없었다. 명함이라도 있으면 주고 싶었지만 명함은 애초에 없었다. 핸드폰은 끊어진지도 오래되었다.
달팽이는 연락처를 몰라도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 인연이었고, 그림자와 같은 존재임을 알았다.
하루간의 낮이 가고, 하루간의 밤이 가며 아침을 맞이할 때, 집밖으로 나온 달팽이는 바다를 보았다. 자신이 갈망한 바다를 볼 수가 있었다. 민낯에 스치는 바닷바람이 달랐고 바다향기가 달랐다. 파도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숲에서 나는 소리와는 사뭇 달라보였다. 수면위의 파문이 반가움에 꽃을 피웠다. 달팽이는 처음으로 보는 바다가 신기할 뿐이었다. ‘꿈이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구나!’ 바다를 바라보는 달팽이의 마음에는 도전한 여정이 흡족할 뿐이다. 머리에서 기억하고 마음에서 꿈을 안았다. 숲의 삶에서 벗어나 도전한 시간에 등에 짊어진 집의 무게감이 솜사탕처럼 가벼움을 말했다.
달팽이는 집을 내려놓고 모래밭을 걷고, 파도자락에 몸을 누이고, 바다가 내어주는 내음을 맡았다.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바다의 여운이 짙은 그리움을 보듬어 주듯 기억이 발걸음을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행복이 파란바다에서 오 감을 자극하듯 보조개는 만개를 피웠다. 달팽이가 바다로 간 이유는 새로운 도전을 향한 길이었다.
달팽이의 꿈이 환희의 돛을 달고
파문이 노를 저어 망망대해 수평선 끝
노을이 품은 거북섬을 향해 흘러간다.
《SAEM NEWS》
발행인 이 정 록 회장
편집본부장 조기홍 기자
취재본부장 오연복 기자
보도본부장 김성기 기자